인형은 늘 사람의 모습을 닮아 만들어져 왔다. 작은 몸에 옷을 입히고, 머리를 정리하고, 얼굴을 꾸미면서 하나의 캐릭터가 완성된다. 어떤 옷을 입힐지, 어떤 색을 쓸지, 어떤 표정과 자세로 둘지에 따라 같은 인형도 전혀 다른 인상을 가진다. DOLL ALIKE는 이 익숙한 방식을 반대로 가져온다. 이번에는 사람이 인형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모델이 인형의 옷과 메이크업,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 입는다. 인형은 패션 사진에서 낯선 소재가 아니다. 작은 몸에 옷을 입히고, 머리를 정돈하고, 하나의 완성된 룩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인형과 패션은 처음부터 꽤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 2012년 Vogue Italia에 실린 Tim Walker의 〈Like a Doll〉은 이 관계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화보 중 하나다. Lindsey Wixson 옆에는 사람보다 훨씬 커다란 인형이 등장한다. 금발 머리와 붉은 볼을 가진 인형 옆에서 모델 역시 짧은 파스텔 드레스, 둥근 칼라, 퍼프 소매와 레이스를 입는다. 피부는 매끈하고 머리는 과장되게 정돈되어 있다. 거대한 인형과 실제 모델을 같은 화면에 놓는 것만으로 사진은 현실의 패션 화보와 오래된 인형 놀이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다. 비슷한 방법은 이후 패션에서도 계속 반복됐다. Moschino의 Spring/Summer 2015 컬렉션은 Barbie의 옷장을 실제 사람의 크기로 확장했다. 모델들은 커다란 금발 헤어와 핑크색 의상, 미니스커트와 액세서리를 착용하며 런웨이 위의 Barbie가 됐다. Moschino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Barbie 인형과 사람이 입을 수 있는 같은 계열의 옷을 함께 만들었다. 작은 인형에게 존재하던 스타일을 그대로 확대해 실제 몸에 입힌 것이다. DOLL ALIKE 역시 비슷한 방식에서 출발한다. 특별한 서사를 만들기보다는 먼저 인형을 고르고, 그 인형이 가진 색과 옷, 헤어와 메이크업을 사람에게 옮긴다. 흰 토끼에게 붉은 얼룩과 리본이 있다면 모델의 옷에도 같은 색을 반복하고, 하늘색 리본을 단 봉제인형 옆에는 같은 톤의 니트와 스타킹을 입은 모델을 놓는다. 도자기 인형의 꽃과 발레복은 실제 드레스와 액세서리가 되고, 커다란 고양이 조각의 색은 모델의 헤어와 의상으로 이어진다.


DOLL ALIKE가 완벽한 복제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아질 수 없는 순간에 더 관심을 둔다. 도자기 인형의 매끈하고 차가운 표면 옆에는 실제 피부의 결이 보이고, 봉제인형의 부드럽고 일정한 털 옆에는 사람의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흩어진다. 인형의 눈은 항상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표정을 유지하지만, 모델의 얼굴은 아주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달라진다. 시선이 조금 옆으로 움직이거나 입술에 힘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인형과 사람 사이의 차이는 다시 드러난다.

그래서 이번 화보에서 인형은 단순한 소품으로 남지 않는다. 모델 옆에 세워두는 장식물이 아니라 또 하나의 모델처럼 다뤄진다. 카메라가 모델을 바라보는 방식과 비슷하게 인형을 바라보고, 둘 사이의 서사가 만들어지도록 배치한다. 모델이 인형을 품에 안고 있거나, 어깨를 맞대고 앉거나,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장면도 등장한다. 어떤 사진에서는 모델보다 인형이 더 크게 보이고, 다른 사진에서는 작은 인형이 모델의 손 위에 놓인다. 크기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둘의 관계는 계속 달라진다. 한쪽이 원본이고 다른 한쪽이 복사본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인형은 원래 사람의 모습을 단순하게 줄여 만든 물건이지만, 이번에는 사람이 다시 그 인형의 모습을 따라간다. 사람을 닮은 인형과 인형을 닮은 사람이 다시 한 프레임 안에서 만나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누가 누구를 따라 하고 있는지는 점점 중요하지 않아진다. 같은 색, 같은 소재, 같은 헤어와 메이크업이 반복되면서 둘은 하나의 세트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배경은 비교적 단순하게 유지한다. 화이트, 블랙, 베이비 블루, 옅은 핑크, 크림처럼 인형 패키지에서 볼 법한 색을 사용해 모델과 인형 자체가 가장 먼저 보이도록 한다. 지나치게 많은 장식 대신 작은 테이블, 의자, 리본, 꽃 같은 요소만 더한다. 때로는 오래된 장난감 광고처럼 보이고, 때로는 패션 브랜드의 캠페인처럼 보이며, 또 어떤 장면에서는 누군가의 방에 놓인 인형 컬렉션을 촬영한 것처럼 느껴진다. 메이크업 역시 인형의 특징을 직접적으로 가져온다. 또렷한 속눈썹, 얇은 눈썹, 작은 입술, 매끄럽게 정돈된 피부처럼 현실보다 조금 더 단순하고 정리된 얼굴을 만든다. 그렇다고 완전히 플라스틱 같은 얼굴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 피부의 붉은 기와 잔머리, 눈 아래의 미세한 그림자 같은 요소는 그대로 남겨둔다. 인형과 모델을 너무 완벽하게 같게 만들기보다, 같은 스타일링 안에서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차이를 보여주는 편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둘은 비슷한 색의 옷을 입고, 같은 장식을 달고, 자연스럽게 닮은 자세를 취한다. 처음 보면 하나의 세트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인형의 옷은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지만 모델이 입은 옷에는 움직임에 따라 주름이 생기고, 고정된 인형의 머리와 달리 사람의 머리카락은 조금씩 흩어진다. 표정 역시 마찬가지다. 인형은 언제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모델의 얼굴에는 시선이나 입술의 움직임처럼 아주 작은 변화가 남는다. 이번 화보는 그 차이를 굳이 없애지 않는다. 인형과 사람을 완전히 똑같이 만드는 것보다, 비슷하게 맞춰놓았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차이를 함께 보여준다. 같은 옷과 메이크업을 하고 있어도 인형은 인형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보인다. 둘이 닮아 있는 만큼 다른 부분도 더 잘 보인다. 같은 색을 사용해도 도자기 위에 올라간 색과 피부 위의 색은 다르게 보이고, 같은 리본도 인형에게 달려 있을 때와 실제 몸 위에서 움직일 때 느낌이 달라진다. 손의 모양이나 고개를 기울이는 각도, 옷이 접히는 방식처럼 작은 부분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생긴다. DOLL ALIKE는 그런 차이를 정리하거나 감추기보다 그대로 한 프레임 안에 남겨두었다.




DOLL ALIKE에서 ‘닮음’은 결과라기보다 하나의 과정에 가깝다. 모델은 인형의 모습을 따라가고, 인형은 모델 옆에 놓이면서 이전보다 더 사람처럼 보인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끝내 완전히 같은 존재가 되지는 않는다. 그 거의 같지만 분명히 다른 상태, 복제와 차이 사이의 미묘한 간격이 이번 호가 가장 오래 바라보는 부분이다.


